해외 STORY/호주워킹홀리데이

+124 마무리_여행을 떠나다

DIA_ 2018. 3. 1. 10:05




#신생아반

3/8일 수요일부터 유아반에서 신생아반으로 변경되었다. 

처음에 유아반에서 일할 땐 신생아반에 가고 싶었다. 

제대로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호주 아이들이 귀엽게만 느껴져서 였는데 막상 신생아반에 가니까 유아반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신생아 반은 9시에 출근해서 아기들이랑 놀아주다가 10시에 morning tea이나 이유식을 먹인다. 후에 이유식을 먹인 아기는 재우고, morning tea를 먹인 아이들은 놀이방에서 놀게 하는데 전부 12시쯤 점심을 먹인다. 

먹인 후 소화 시키도록 놀게 냅두다가 전부 재운다. 그러다 3시쯤 after tea를 먹인다.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고.... 신생아반은 교육보단 케어에 가깝다. 

아이들이 귀엽긴 하다 일이 어렵지도 않다. 단지 반복되는 루틴에 생각보다 많이 지루했다. 아이들을 재우다가 내가 졸았으니까..ㅜㅜ



#슬럼프

호주워킹홀리데이를 하는 워홀러들이 하나같이 3,6,9 순서대로 슬럼프를 겪는다고 했다. 

워홀을 시작하기 전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나는 안그럴거라는 큰 착각을 했었고,

그러다 갑자기 출국 3주 전에 슬럼프에 온 것 같다. 이미 왔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이제야 느끼는 거 일 수도...

모든 일들이 지겨워지기 시작했고, 억지로 하고 있는 기분들이 들기 시작하며 무엇을 위해 하는지 모를 무의미한 감정 또한 느낀다.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니 풀어짐과 동시에 한국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맞닥뜨리기 시작하면서 그 조차도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일들은 즐겨야 하는데 그럴 의욕이 없다. 그런 생각도 의욕이 있어야 하나보다.

이럴 때일 수록 차근차근 기존의 모든 문제를 재정비하고 내 마음을 다잡아서 이번달안에 아름답게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다짐.




#과제

지난 3주, 과제가 주를 이뤘다. 

당연히 해야하는 일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에는 과제밖이 못했다.

마지막 주에 가서는 수면부족으로 먹는거마다 소화도 안되서 고생할 정도로.

주변에서는 미리미리 해놓지 그랬냐고 말한다. 이게 나의 인과응보ㅠㅜ

그래도 그 3주 동안의 과제파티를 끝냈을 때 그 해방감과 행복감은 한 동안 잊기 힘들 것 같다.

다 만들어진 몇 십장의 프린트물과 몇 백장의 파일물을 학교에 제출했을 때 내가 이걸 해냈다는 성취감 또한 말이다.

제일 아쉬운건 그동안 스스로의 약속이었던 호주통신원 글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던 것.

다시 제대로 쓰려고 하기에도 약속이 깨져서 그런가 의욕이 없다. 의욕이 생길만한 다른 작은 목표를 다시 세워봐야겠다.




#유치원

유치원도 3월 29일 날짜로 끝이 났다.

마지막날 근무 시간이 끝날 무렵 예뻐했던 3살 아이에게 '먼저 집에갈께 나 오늘이 마지막이야'라고 했더니 '엄마가 데리러 왔어? 다음주에 봐' 라며 손을 흔들어 줬다.

아이에게 누군가가 집에 간다는건 당연히 엄마가 데리러 왔다라는 뜻이고, 오늘이 마지막인건 이번 주가 마지막인걸로 알아들었나보다 ㅎㅎㅎ 작별인사?를 하고 정들었던 아이들을 못 본다고 생각하니 그 뒤로 오히려 아이들이 더 눈에 아른거렸는지 모른다.


그렇게 항상 귀여운 아이들만 만나면 좋았을텐데 그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역시 아이들부터로가 아니라 어른으로부터였다. 

네덜란드인의 인종차별과 언어장벽으로 참으로 고생했다. 

그 네덜란드인은 내가 존재하는 자체만으로도 싫어했고, 내가 갖은 노력을 해도 그 노력자체도 짜증나했다. 

그 뿐만 아니라 그 원어민들과 영어로 대화를 해서 일을 한다는 건 비언어적인 행동에서 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면서 한인관련 유치원으로 가야하나 이 일이 나랑 안맞는건가 여러문제로 자존감이 낮아져있었는데 마지막날에 한 스태프가 자신의 번호를 적어주면서 다른 유치원을 찾는다면 본인이 많이 아니까 도와줄테니 언제든지 연락해라고 했고, 누군가는 아쉬워했을 때 뿌듯하면서도 그간 서운했던 일들은 녹아없어지는 듯 했다. 


그래도 마지막이라고 그 네덜란드인에게 나오늘이 마지막이고 그동안 너무 고마웠다라고 작별인사를 건냈을 때 'OK' 라고 답변들었던건 정말 네덜란드자체에 환멸을 느낄 정도였지만.




#끝_과외

한국인에게 했던 중국어 과외도 3월 30일에 끝이 났다.

기초부터 기초회화까지 생각했던 계획했던 스텝대로 따라와준 친구는 세명 중에 한명밖이 없었지만,

마지막에 배운걸로 그 친구가 자기소개를 만들었을 땐 그렇게 같이 뿌듯할 수가 없었다.

물론, 외국인한테 중국어를 가르치면 영어도 늘고 중국어도 늘고 좋겠지만,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도 힘든 나로서는 능력이 없어서 시도도 못했다.

이렇게 완전히 과외를 끝내고는 잠깐 했던 친구랑 술마시고, 과외끝난 기념으로 또 술마시고, 술술술

술을 마시면서 열정이 넘치는 학생들에게서 오히려 배울 점이 더 많았더라.




#끝_일, 화장품가게

애증의 화장품 가게도 4월 2일에 끝이 났다. 

한국에 3주동안 다녀오지만 원래는 그 기간동안 휴가처리가 되있었다.

하지만 갔다와서도 내가 가진 워홀비자로는 한달이상 더 할 수 없어서 조금 걱정했는데 가게에서 먼저 워홀러에게 휴가를 줄수 없다고 휴가처리가 취소가 됬다. 갔다와서 만약 자리가 있으면 계속 일을 같이하자고 말씀하셨는데 반짤린거다. 호주에서 워홀러가 정말 많이오는 만큼 오랫동안 거주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일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워홀러들에게 정을 주고 싶어하지 않는 듯하다.

이곳에는 다 담을 수 없지만 정말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고, 앞으로 내가 어떤 직업을 선택하면 좋을지 가능성을 열어준 곳이었다.



#끝_출국

떠난다 떠난다 떠난다. 이제 시드니도 떠난다.

코스모스식품점에서 한국으로 통관보낸건 1.5KG에 19불, 옷보낸건 4KG에 27불 지출.

이렇게 두박스는 한국으로, 캐리어 두개는 에이전시에 맡겼고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된다. 

오늘 밤 비행기라 시간이 너무 남아서 피씨방에서 쓰는 블로그.